어릴 때는 동화 속 과자집에 사는 꿈을 꾸었다. 그림책 속 오누이처럼 매일 과자를 먹는 꿈이었다.
물론, 꿈은 꿈이었고 현실은 달랐다.
밤낮없이 일하는 회사원, 야근과 과자를 달고 버티는 일상.
하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랍 안에는 여러 나라 쿠키, 초콜릿, 사탕들이 가득했다. 과자로 된 집에서 살지는 못했지만, 과자가 든 서랍은 나의 희망이었다.
늦은 밤, 책상 한 편에는 과자들이 쌓여 있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한 입씩 과자를 집어 먹던 나는 부장의 등장에 긴장감을 느꼈다.
그는 집에 가기 싫어 회사에 남는 사람이었고, 그의 불만과 욕설은 늘 나를 불편하게 했다.
오늘도 그는 스트레스를 내뱉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내 성질을 긁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고급 브랜드 초콜릿까지 집어 먹는 그의 모습에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억눌린 분노와 짜증, 그리고 초콜릿에 대한 간절함이 뒤섞여 머리는 어지러워졌다.
결국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섰다.
고향으로 내려온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과자 가게를 열 계획을 세웠다.
집 근처 건물을 꿈에 그리던 과자로 된 집처럼 꾸미며 과자를 마음껏 먹는 행복을 만끽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현실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과자를 과도하게 먹는 생활은 건강을 악화시켰고, 병원 신세를 지다보니 가게 운영까지 어려워졌다.
결국 가게를 닫게 된 나는 꿈만으로는 현실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며칠 후, 한 통의 이상한 메일이 도착했다.
새로운 세계에서 과자를 파는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광고 메일이 아닌, 마치 게임 홍보 메일처럼 화려한 그래픽 이미지와 흥미로운 세계관이 담긴 내용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남아보니 재미있겠다 싶어 '참가하기' 버튼을 눌렀다.
곧 응모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왔고, 사전 예약 이벤트라 생각하며 메일에 나온 세계관, 문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퇴원 후 가게 문을 연 첫 날, 나는 놀랍게도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과자로 된 나의 가게도 함께.
과자가게의 팻말을 OPEN으로 돌리고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종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어서오세요! 과자 마을의 구미베어입니다. 환영합니다.”
“네? 과자 마을이라고요?”
가게로 들어온 손님은 내가 할 인사를 빼앗았다.
당황스러워하며 손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키는 150cm 정도 되보이는 작은 곰이 눈에 들어왔다.
곰? 옷을 입고 있는 곰이었다.
당황한 나는 얼빠진 말을 내뱉었다.
“어, 그런데 누구시죠? 손님이신가...?”
“아, 저는 과자마을 촌장인 구미베어 입니다.”
다행히 대화는 통했다.
“구미베어라고요? 여긴 제 가게인데요. 과자 마을은 또 무엇인가요?”
“잠시 밖으로 나와 주실래요? 여기가 예상하신 곳과 다를 수 있어요.”
그의 뒤를 따라 나서자,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마을이 펼쳐졌다.
가게 맞은 편에 있었던 치킨집은 보이질 않고 신기하게 생긴 구조물이 있었다.
컵케이크 모양의 건물, 초콜릿 색상의 3층 건물, 분홍색 잎사귀가 마치 솜사탕처럼 푹신하게 생긴 가로수.
내가 살던 마을이 아니었다.
가게의 외형도 맛있어 보이게 바뀌었다.
판타지, 그보다는 동화같은 마을 모습에 당황스러워 할 때, 구미베어가 말을 했다.
“여기는 과자마을입니다. 초대장을 보내 드렸고 승낙하셨기에 이 곳으로 이주를 오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주를 해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해 말문이 막혔지만, 그는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마을에 문제가 생겨 다른 차원에서 이주자를 모집 중입니다. 출퇴근도 가능해요.”
구미베어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 마을에 제과 제빵사분들이 사고로 인해 돌아가셔서 급하게 다른 차원에서 재능있으신 분들을 불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다행이도 저희 마을 이주에 동의해 주셨기에 이렇게 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읽은 이세계 소환물 소설의 주인공이 된 모양이다.
그 소설 속 주인공처럼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제과 제빵사가 필요하신 건가요? 저는 실제로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가게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머, 사장님이셨군요. 그럼 분명 많은 경험이 있으시겠네요. 직접 만든 과자를 팔았다면 재능이 출중하시겠어요.”
“아, 아니요. 저는 과자를 직접 만들지는 않아요. 제가 하는 건 주문 받아 판매하는 것뿐입니다. 소매업체를 운영하고 있죠.”
“소매업체라고요? 그게 정확히 무엇인가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구미베어를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곧, 곰 모양의 젤리 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과자들은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걸 구매해서 판매하는 거죠. 저는 그저 물건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의 표정은 놀라움과 혼란, 그리고 기쁨으로 가득 찼다.
“사장님은 저희 마을에 정말 필요한 분입니다! 이 마을을 구할 수 있어요. 부디 이주해 주세요.”
“하지만 제가 필요한 건 제과 제빵사가 아니었나요?”
“그렇지만 다른 차원에서 온 과자들은 훨씬 귀합니다. 그 과자들이면 마을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어요.”
“과자로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자 마을의 역사, 문화, 심지어 주민 구성까지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을이 직면한 문제를 말했다.
“저희 마을은 주로 과자, 초콜릿, 사탕을 생산해요. 재료는 있지만 제조할 사람이 부족해서 큰 문제가 생겼죠. 게다가 마을 창고가 불타면서 재료도 손실되고, 주민들이 다치기도 했어요.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수입도 감소했죠. 사장님이 가게를 여시면 마을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의 열정적인 말에 비록 떨떠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사업이 어려워져 그의 제안이 그리 와닿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